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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이야기

폴바셋 인터뷰 기사


나는 반대한다! 획일적인 커피 맛을
세계적인 커피 명장 폴/바/셋

“폴 바셋에게 이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커피의 맛이다. 커피 본연의 맛이야말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고, 그를 위해 항상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폴 바셋 스타일이다”
바리스타 김재범씨의 평이다.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폴 바셋. 자신의 이름을 딴 ‘커피 스테이션 폴 바셋’
국내 론칭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그를 <미즈내일>이 만나봤다.
chapter 1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폴 바셋
가끔 달달한 인스턴트커피가 생각나는 촌스러운(?) 취향으로 세계적인 커피 명장을 만나려니,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유창하게 흘러나올 다양한 전문 용어에 주눅 들지 않으려고, 인터뷰에 앞서 벼락치기 예습을 해두었건만 결과는 싱겁기 짝이 없었다. 경지를 뛰어넘은 장인에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커피원두 몇 그램을 몇 초 안에 뽑아내야 한다는’식의 정형화된 이론은 중요한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감각은 온통 커피의 진정한 맛을 찾는 일에만 온통 집중되어 있을 뿐이었다.
바리스타(barista)라는 말은 원래 ‘바(bar)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를 가리킨다. 즉 커피의 재료인 원두 선택부터 로스팅(커피 원두 볶기), 그라인딩(원두 분쇄), 추출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담당하는 커피 전문가를 통칭한다.
폴 바셋은 지난 2003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대회 (www.worldbarista champion ship.com)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이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바리스타다.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대회는 나라별로 선발된 대표들이 참가해 커피 맛을 겨루는 대회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주로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원두부터 사용하는 모든 재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감각과 노력을 총동원해 최고의 재료를 찾아오고, 최고의 재료로 최상의 커피를 추출해 그것으로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겠다.
요리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레스토랑에서 자라며 음식과 관련된 분야에 관심을 보이던 폴 바셋이 커피와 조우한 것은 이탈리아 여행 때다. “이탈리아 여행 도중 에스프레소에 꽤 로맨틱한 부분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커피에 몰두했고 커피의 미래성을 찾아냈죠.” 타고난 섬세함과 놀랄 만한 집중력으로 이 분야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것이다.

chapter 2 커피는 무슨 맛으로 마시는가?
커피에는 쓴맛, 신맛, 단맛이 모두 깃들어 있다고 한다. 산지에 따라 그중 어느 맛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고, 커피 원두를 얼마나 볶고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그뿐 아니다. 추출하기 직전에 분쇄했는지 아닌지, 보관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고, 심지어 같은 바리스타가 추출해도 매번 맛이 달라지는 게 커피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맛이 다를 수 있으니, 브랜드만 보고 커피 맛을 평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폴 바셋은 브랜드에서 자기 커피 맛을 과장되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고, 고객 역시 웨스턴 문화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문화가 유입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에스프레소 문화가 일찌감치 발전한 호주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좋은 위치를 선점해 들어왔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고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브랜드가 아니라, 진정한 커피 맛이라는 결론이다. 처음에는 단지 잠을 쫓기 위해 카페인을 마시는 수준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결국 브랜드를 넘어 진정한 커피 맛을 음미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폴 바셋의 주장이다. 획일적으로 품질 기준을 떨어뜨리면서 상업적 부분을 강조하기보다는, 퀼리티를 양보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폴 바셋의 커피 철학이다.

chapter 3 나만의 커피 맛을 찾아
그럼, 커피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폴 바셋은 한마디로 ‘신선도’라고 말했다. 생두를 고를 때도 경작된 지 1년 이내의 것을 쓰고, 가공과 세척 역시 자연적으로 처리된 것이 신선도가 좋다고 한다. 또 로스팅 후 2~3시간 이내에 포장하고, 이후에는 일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커피 전용 셀러에 보관해 신선도를 최적화한다. 보관한 커피는 3~7일 이내에 소비하고, 반드시 추출 직전에 그라인드해야 향이 좋다고 한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맛볼 때 일단 한 스푼을 먹어보고, 냄새를 코로 마시고 다시 내뱉는 방법으로 향(aroma)과 입에 닿았을 때의 느낌(body), 먹은 뒤 나는 맛의 종류(flavor)를 음미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와인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맛있으면 맛있는 거고 쓰면 쓴 거지 맛을 보는 게 너무 어려운 거 아니냐고 물어보자, 폴 바셋은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맛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남들이 정해놓은 보편적인 ‘맛’을 일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때그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달라진 맛을 음미하면서 나만의 커피 맛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 아닐까? 폴 바셋과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일자무식 리포터에게도 커피 철학이 한 가지 생겼다.

취재 강현정 리포터 sabbuni@naver.com 사진 김재윤 도움말 김재범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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